Neighborhood Ramen 은 저에게는 미국내 최고의 라멘 가게입니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은근히 미국 살면서 이사를 많이 했읍니다. 덕분에 서부, 동부 다 살아 봤읍니다. 덕분에, 나름 많은 미국내의 라멘 가게들을 가봤읍니다. 베이에어리어에서 오래 살았어서, 그곳의 많은 라멘 가게들을 가봤읍니다. 이제는 있는 지도 모르는, 싼타 라멘, 라멘 도조, 라멘 나기 .. 그리고 몇개의 마운틴 뷰의 라멘집들. 또 뉴욕에서 잠시 있을 일이 있어서 뉴욕에서도 라멘집들을 가봤었읍니다. 이뿌도 등등. 하와이 잠시 갔었던 때에서 그곳의 라멘 집들을 가봤었읍니다. 정말 맛있는 곳도 많았지만, 동네 라면 만큼 맛있는 집은 없었읍니다.

불행히도, 동네 라면은 이제 영업종료를 했읍니다. 주방장과 협업하는 주인 둘이서 라멘의 본고장인 일본… 그중에서도 도쿄에서 라멘집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주인 말로는 이미 신주쿠에 자리도 확보해놨고 이제 비자만 기다리는 상태라고 합니다. 불행중 다행이도, 당분간은 동네 라멘 집이 Eso 라멘 웍샵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Eso 는 Esoteric 의 Eso 라고 합니다.

동네 라멘이 영업을 할때에는 메뉴가 고정적이질 않았읍니다. 주기적으로 메뉴가 바뀌곤 했었읍니다. 아무리 메뉴가 바뀌더라도 라멘 맛은 늘 필라델피아 최고였읍니다.

맛의 비결은 음식에 대한 열정입니다. 라멘에 토핑은 기본 국물과 면에 얹어주는 .. 별거 아닌것 처럼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옥수수 캔 따서 옥수수 알 몇개 얹어주는 건 흔히 있는 일이죠. 동네 라면은 다릅니다. 챠슈가 되었던, 멘마가 되었던 계란이 되었던 최고의 토핑을 얹어줍니다. 제가 처음 동네 라멘집에 갔을때 써빙이 늦어서 조금 놀랐읍니다. 라멘 써빙이 늦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끓고 있는 국물에 빨리 면을 삶아서 면위에 국물 뿌리고, 토핑 몇개 툭툭 얹으면 되는 게 라면 아니겠읍니까? 동네 라면은 달랐읍니다. 면을 삶는데도 주인장은 찬찬히 면의 상태를 살핍니다. 삶는 물에 떨어진 면 한조각도 주어 냅니다. 면이 제대로 익었는지 잘 살핍니다. 국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마냥 끓여놓고 뎊히고 있는게 아닙니다. 우려낸 국물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조금씩 꺼내서 다시 주문 나올때마다 데웁니다. 그리고 정성것 담은 면위에 정성것 국물을 붓습니다. 다음에 주문된 토핑을 하나씩 하나씩 모양 좋게 오려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핍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는지, 그리고 나서야 손님에게 내놓습니다. 이러니 라멘 하나 써빙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동네 라멘의 라멘은 그냥 라멘이 아닙니다. 라멘을 사랑하는 주인장의 최고의 정성과 마음입니다.

이제 라멘 본고장에 도전장을 내민 주인 .. 한편으론 아쉽습니다. 최고의 맛집중 하나가 이렇게 사라지다니. 일반적인 한국인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결정입니다. 비지니스 셋업이 이제 되어서 돈을 마구 벌기 시작한 싯점에, 그것을 버리고 더욱더 어려운 도전을 타국에서 하겠다는 그 정신… 어떤 한국인이 이런 결정을 하겠읍니까?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주인장의 성공을 빕니다. 이런 도전 정신과 한곳에 대한 열정이 서양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로 생각해봅니다.

동네 라멘의 아쉬운 퇴장에 잠시 나마 저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주인장이 Eso 라멘 집을 당분간 간단하게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6개 자리밖에 없기에 줄을 좀 서야합니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라멘 맛집에 그정도 줄이야.. 라는 생각입니다.

현재, Eso 라멘집에선 어향 돈향 라멘을 제공하고 있읍니다. 다소 얇은 면을 쓰고, 가게를 들어서는 순간, 강한 멸치 또는 다랑어 냄새가 납니다. 라멘에선 우선 이 강한 어향이 납니다. 라멘 주문할때 맛변 을 꼭 추가하시길 권합니다. 어향을 즐기며 라멘을 먹다가 중간쯤에 커리향이 강한 이 맛변 (다데기)를 넣으면 라멘 맛이 확 변합니다. 순간 커리향 돈코츠 라면이 됩니다. 라멘 한그릇에 두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라멘계의 짬짜면이라고나 할까요? 마치 국밥에 다데기를 넣으면 맛이 확 변하듯이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이집에선 꼭 그리고 계란을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이집 계란은 속된 말로 찐 입니다.

제가 가끔 어느 레스토랑이 잘하는지 보는 것중 하나가 주인이나 종업원이 그집 음식을 식사로 먹느냐입니다. 동네 라멘집 주인은 라멘 써빙이 끝나면 자신들도 그 라멘으로 식사를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라멘을 만들고 그것을 또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동네 라멘집의 주인의 라멘 사랑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금 Eso 라멘을 제공하느 장소에서는 예전에 동네 라멘을 영업할때 면을 만드는 장소로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게 안에 면을 만드는 기계들을 볼 수 있읍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동네 라멘 면을 다른 가게에서도 쓰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Mawn 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제가 동네 라멘 면을 쓴다고 하는 품목을 본 기억이 있읍니다. Mawn 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겠읍니다.

이런 맛집이 없어지는 슬픔이 크지만, 아직 그래도 Eso 라멘으로 즐길 수 있읍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드셔보시길 권합니다.